🌱 우리 입맛이 바다를 살릴 수 있다.

FM 99.9 '오늘의 기후' 방송후기 모음

2023. 5. 11.

우리 입맛이 바다를 살릴 수 있다

[131호] 오늘부터 방송후기와 유튜브, 팟빵 링크로 꾸밀까 합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기후

우리 입맛이 바다를 살릴 수 있다.

오늘 출연한 장민영 샘은 트렌디한 잡지에 고정팬을 갖고 있는 음식탐헝가이자 유명 음식프로그램 작가 출신이며 기후를 생각하는 '아워플래닛'의 대표이다. 놀라운 것은 어떤 요리도 하지 않으면서 보여주지 않으면서 그저 마이크 앞에서 말만 하는데도 그녀의 말을 들으면 그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는거다. 정말 음식 이야기를 맛있게 하신다.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해법찾기로 이어진다.

오늘은 해조류 이야기였다. 어제가 '바다식목일'이었음을 상기시키며 우리 바다가 얼마나 심각하게 망가져있고 그래서 생긴 바다식목일은 어떤 날인지를 간단히 설명한 장 샘은 '그러면 우리는 뭘 하면 좋을까요?'라는 진행자(김희숙님)의 질문에 대해 매우 심플하게 말했다. 다양한 해조류를 많이 먹으면 된다고. 그러면 바다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엥? 해초를 많이 먹으면 더 사막화되는게 아니라? 그런 질문에 대해 그녀는 몇가지 사례를 들었다.

사례1) '뜸부기'라는 잊혀져가는 해조류가 있었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채 기후변화로 급격히 없어지고 있었는데, 어느날 TV 방송을 통해 뜸부기가 인기를 얻자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는...국가기관 연구자가 어촌계장을 찾아와 뜸부기 증식방법을 연구하겠다며 이런저런 제안을 했고, 그렇게 뜸부가 증식이 바닷속에서 이뤄지기 시작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과학자와 어민을 움직여 사라지던 해조류를 살려낸 셈이라는...

사례2) 해외 언론에서 우리나라 남해를 해조류의 천국이라고 부른다는..그 이유는 특별히 우리 바다가 해조류 생장환경에 유리해서가 아니라 온 국민이 김, 미역부터 다양한 해조류를 일상적으로 즐겨먹고 있는 덕분이라는...

그렇게 장 샘은 힘주어 말했다. 소비자가 바뀌면 생산현장이 바뀌고 그게 결국은 바다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그러니 제발 다양한 해조류를 많이 먹자고. 그러면서 해조류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까지 꺼내놨다.

정말 흥미진진한 인터뷰였다. (2023년 5월11일 목요일)

인터뷰 방송 보기

식물을 위한 선곡

(사진 : Unsplash의freddie marriage)

매주 목요일 방송은 식물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날로 정해봤다. 무슨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일주일에 한번은 식물로 가고싶은데 월화수목금 중 나무 목요일이 제일 그럴듯 싶어서다. 왜 식물? 여기에는 기후톡파원 서대표님의 귀띰이 있었다.

"방송준비로 바쁠텐데... 생각난 김에...간단하게 결론부터 말하면
기후변화에 대해 관심 갖게 하려면 식물을 키우게 하자."

나는 이 귀띰을 곧바로 실행에 옮기고 싶었다. 기후와 식물, 여기에 라디오의 매체특성까지 떠올랐기 때문이다. 생방송 중 보내오시는 청취자 사연을 보면 식물사진들이 꽤 있다. 화초부터 정원수, 심지어 텃밭상추까지, 녹색을 내뿜는 식물을 가만히 들여보다보며 라디오에 귀기울이시는 분들이 그만큼 많으시리라 생각하기에, 우리는 오늘 목요일을 식물의 날로 정하고 그에 걸맞는 구성을 했다.

식물이 듣기 좋은 신청곡 보내주세요~
식물퀴즈 나갑니다~ 식물을 죽이는 핵심원인 두가지, 하나는 화분갈이, 또 하나는 이것...이것은 뭘까요? 주관식입니다.

과연 결과는? 아침 11시, FM 99.9 오늘의 기후가 시작됐고 오프닝에서 퀴즈를 내자 문자가 쏟아졌다.....

"물주기" (5179번님)
"물을 너무 많이 주어서" (0604번님)
"정답 과유불급 물을 많이줘서" (3370번님)
"물부족으로" (7105번님)
"정답은 식물관리를 소홀히 해서입니다" (2236번님)
"사랑과 관심이겠지요 ^^ 물주기 아닌가요 ^^ 화분크기에 따라서 물주기가 다 다르고 난이랑 일반 화분은 물주기가 달라요 ^^" (7280번님)
"내가 잘못해서!" (4004번님)
"이런 재밌는 화제도 좋습니다. 화분 잘 죽는 이유는 사랑을 덜 줘서 그런 것 같아요. 오늘은 자취방에 있는 제 선인장에게 클래식 음악 들려줄게요 ㅎㅎ" (6094번님)
"정답 ㅡ식물을 몰라서요" (9982번님)
"어느날 비료를 얻어 왔길래 화분에 조금씩만 주라고 했더니 내가 안보는 사이에 마구 퍼줬길래 저도 영양성분이겠지하고 뒀는데 몇년째 꽃 피던 백리향 화분이 제일 먼저 말라 죽었어요. 보이는데로 비료를 걷어내면서 겨우 살린 것도 있었는데 실내화분은 많이 예민한 가봅니다" (8204번님) 등등등...

이날 방송 다시듣기

가뭄은 끝났는가?

가뭄이 정말 끝난건가요?

기후톡파원 K님의 질문에 이리저리 남쪽에 살고계신 분들께 전화를 돌려봤다. 그랬더니 생각지도 못한 기후위기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물도 순환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10일)

태양광 이야기로 OX 퀴즈를 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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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맹 트리오

오늘이 첫날이다. 어제 56일간의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지상파 최초의 기후환경디제이 김희숙님의 방송첫날...

발걸음도 가볍게 그녀의 첫 출근 첫 방송을 지켜봤다. 처음 여는 말은 정말 훌륭했다. 저는 운전면허증이 없습니다...환경을 위해 운전을 일부러 안한 자신이 어느 순간 민폐가 되어 고초를 겪다가 기후디제이가 된뒤 '모든게 이날을 위한 선견지명이었어' 하며 피식 웃었다는...그렇게 진솔하게 방송을 시작한 그녀가 윤도현님의 명곡 흰수염고래가 흐르고 난 뒤 열린 마이크 앞에서 갑자기 뒤적뒤적 뭔가를 찾으며 흔들린다. 당황한 표정으로...

'역시 첫방은 첫방이로구나, 천하의 김희숙도 당황하니 말이야' 하면서 첫방송의 무게 때문일거라고 짐작하고 가만히 지켜보는데 갑자기 뭔가를 찾은듯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들며 이렇게 말하는거다.

"저희 방송국 #0999로 문자를 보내지 않고 저한테 문자를 주신 분들이 계세요. %#@#님...경기도 파주에서도 기후행사가 있다고 알려주셨네요. (이후 행사 소개)"

참 새로운 시도를 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큰 걱정없이 방송을 듣다가 두번째 곡이 흐르는 사이에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우리 진행자 김희숙님은 토끼눈이 되어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다.

"피디님, 문자가 하나도 안 왔어요. 제가 오늘 첫방이라고 지인들한테 말을 안하고 나와서 그런가봐요ㅠㅠㅠ"

엥, 그럴리가, 하면서 그녀 앞에 놓인 노트북 컴퓨터 앞으로 갔다. 청취자들이 보낸 문자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문자창은 열려있었는데 정말 문자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이건 문자가 하나도 안와서가 아니라 이 버튼을 안눌러서였다. 검색. 문자가 수시로 새로 오기 때문에, 일종의 새로고침 기능을 지닌 검색버튼을 수시로 눌러야 방금 온 문자를 볼 수 있다. 나는 보란듯이 그녀 앞에서 검색 버튼을 눌렀고, 이미 도착해 읽어주기를 기다리는 수십개의 문자들이 샤라락 나타나며 울고 있었다.

"어머..."

나는 그 때 알았다. 그녀 역시 컴맹임을. 컴맹은 컴맹을 알아본다고 어떻게 피디도 컴맹, 작가도 컴맹인데 진행자까지 컴맹이란 말인가. 아무리 아날로그 감성의 라디오 방송팀이라 해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참고로 나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게 엑셀이고, 우리 작가님은 글쓰는것보다 한글표만들기를 어려워하는 양반이다. 여기에 진행자까지...
컴맹트리오가 완벽하게 완성된 것이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모든게 이해된다. 방금 전 상황, 그러니까 '오늘 문자가 단 한 통도 안왔다'는 생각(착각)에 진행자는 흔들렸고 그런 상황 속에 어떻게든 청취자 교감을 이끌기 위해 개인 휴대폰 속에 담긴 지인의 기후관련 문자를 꺼내어 소개했던거다. (기특)

참 이렇게 모이기도 힘들다. 컴맹트리오. 그래도 셋 다 새것에 대한 학습능력과 의지만큼은 뛰어나다는 사실에 한 줄 위안을 삼아본다. 재미지기도 하다. 모든게 새롭고 신기한 사람들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라파고스의 거북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내일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된다. (2023년 5월9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