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가주택과 로컬푸드 체험기

추석보다 더 밀리던 이번 주말 완주진안여행담

2022. 10. 3.

농가주택과 로컬푸드 체험기

[71호] 연휴 잘 보내셨나요?

오늘의 기후

농가주택과 로컬푸드 체험기

"아니 여기가 농가주택이라구?"

제가 생각했던 농가주택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농가주택이라기 보단 분당이나 판교의 고급 단독 주택 단지 느낌? 그래서 제 느낌을 솔직히 말씀드렸더니 돌아오는 집주인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농가주택하면 다 쓰러져가는 슬레트 지붕이나 초가집을 떠올리는데 그건 우리나라 20세기 사고방식이고 지금은 21세기잖아.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인데 우리 농촌도 유럽의 농가주택들처럼 목가적이면서도 편안하게 꾸며놓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 말에 무릎을 치면서 창 밖으로 보이는 그림같은 풍경을 눈이 시리도록 바라봤습니다. 사흘 연휴이던 지난 10월 2일 일요일, 전북 진안군 부귀면의 어느 농가주택을 방문한 경험을 글과 사진으로 남겨봅니다.

"북에는 개마고원, 남에는 진안고원"

완주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진안 땅에 들어서니 이런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북에는 개마고원, 남에는 진안고원' 그만큼 높다는 뜻이죠. 실제로 귀에서 윙 소리가 나더군요. 그곳은 해발 300~500미터, 전라북도 동쪽 소백산맥과 노령산맥 사이에 위치한 고원 지대로 '호남의 지붕' 이라고 불리는 마이산의 고장 진안군이었습니다. '무진장'이라 불리는 무주, 진안, 장수, 전라북도 동쪽 고원 지대의 중심이었죠. 높은 산과 깊은 계곡, 이 곳에서 흐르는 맑고 풍부한 물이 전북의 상수원을 형성하는 물 맑은 고장입니다.

"단열이 잘되면 집이 시원해"

제가 찾아간 농가주택은 진안군 부귀면에 있었습니다. 면 이름 참 좋죠? 부귀면...길 이름도 '거석'입니다, 거대한 돌이 나오는 고장...길을 한 가운데로 놓고 10 여 채의 농가주택들이 마주 보고 서 있었습니다. 분위기는 분당이나 판교의 고급 주택 단지, 가격은 귀농 귀촌 주택 지원 사업을 통해 잘 닦여진 부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공급 됐었다는데요, 집에 들어서니 서늘할만큼 시원했습니다. 모기도 없다고 하고요...집주인님의 한 마디 해설..."단열이 잘되면 집도 시원해. 겨울에는 따뜻하고" 그렇게 단단하게 지어진 집의 백미는 역시 목재로 구성된 창문 테라스였죠.
농가 주택마다 넓다란 텃밭이 펼쳐져 있었고 갈 때는 저희 부부에게 큼지막한 호박 한 개를 선사해주셨습니다. 집에 돌아와 호박 숭숭 썰어 보글보글 된장국을 끓여 먹어도 아직 반 이상 남아있을만큼 큼지막한 호박이었어요. 전망이 너무 좋다보니 목재 테라스에 잠시 멈춰서서 밖을 바라보게 됩니다. 사진 속의 저 여인은 집주인이 아닌 저의 길동무...

"이 곳은 인구가 유지되고 있어"

시골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소멸'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죠. 그런 가운데 진안군의 인구는 약 2만3천명 수준(23380명, 2021년)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통계청 조사결과 5년전에 비해 2% 가량이 늘어났고요, 이 곳 부귀면의 인구증가율은 무려 9.14%였다고 합니다. 아름아름 귀촌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많았다는 건데요, 한 지역신문에서는 이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이렇다할 산업시설도 없는 진안군의 인구 증가율 도내 1위의 선전은 천혜의 청정환경을 이용한 인구유치 전략과 체계적인 귀농귀촌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다. 이제는 천편일률적인 인구 늘리기 정책이 더이상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전북도민일보, 2021년 8월8일)

진안군의 체계적인 귀농귀촌 정책이 있었는지는 집주인도 의아해했습니다만, 공장이나 산업단지가 아닌 청정자연환경과 주거공간 정책이 농촌의 미래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지금 국회에 발의된 농촌 공간에 대한 법률에 주목하고 있어요. 지금껏 난개발로 조성되어온 농촌의 집, 축사, 창고 시설 등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인데 여야간 이견이 적어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집주인, 2022년 10월2일)

"농가레스토랑 1만2천원...빕스보다 낫다"

무엇보다 밥을 잘 먹었습니다. 진안의 농가주택을 찾은 날은 근처 식당(마이담)에서 홍삼시래기밥 정식을 먹었는데 가마솥 시래기 밥에 떡갈비, 그리고 남도의 반찬들....이 정도 음식 가격이 1만2천원이어서 참 착하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현지민들은 '가격 올라가더니 반찬도 영 부실하네' 라며 약간 불만^^

사진 속의 레스토랑은 전날 점심 때 갔던 완주 혁신도시의 '농가 레스토랑'입니다. 100% 국내산 로컬푸드로만 차려진 한식 샐러드바였는데 빕스보다 낫다는 혼잣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가격은 1만2천원으로 빕스보다 1/3 가격이었는데, 닭가슴살이 섞인 샐러드부터 다양한 채소들과 수육, 제육볶음등 단백질, 청국장 등 국류와 다양한 밥들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맛을 즐겼습니다. 혁신도시 안에 있다보니 젊은 엄마아빠들이 아가들 데리고 즐겨찾는 명소였습니다. 로컬푸드 시스템이 잘되어 있는 완주군은 이러한 농가 레스토랑 옆에 로컬푸드 매장, 매장 위에는 포장없이 알맹이만 파는 제로웨이스트샵을 이어지게 구성하면서 이용률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도시민과 농민 모두를 위한 최고의 도민 행정이 아닐까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