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이 40도면 이건 정말 큰 일

기후보좌관의 제안과 독자들의 편지

2022. 7. 20.

[오늘의 기후] 영국 40도, 이건 정말 큰 일

[50호] 오늘은 분량이 좀 됩니다. 천천히 일독하시면...

오늘의 기후

영국 40도, 이건 정말 큰 일

영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40도를 넘었습니다. 지난 2019년 38.7도가 최고기온이었는데 지난 7월19일 40도를 넘어섰습니다. 곳곳에서 화재신고가 폭주하고 선로가 구부러져 일부 철도서비스가 중단됐습니다. 일찌감치 6월부터 폭염에 시달리던 다른 유럽국가와 달리 영국은 여름에 상대적으로 시원한 국가였습니다. 제가 지난달 프랑스와 스페인 폭염을 다룰 당시만 해도 영국 기온은 뚝 떨어져 있어서 '신기할' 정도였던 곳입니다. 그런 영국마저 40도 돌파, 런던의 소방당국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제안] 탄소중립을 위해 지하철 엘베 증설을

내일의 리더님께,
탄소 중립을 위해 지하철 엘리베이터 증설을 검토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엘리베이터가 많아지면 더 많은 장애인과 노약자, 젊은이와 학생들이 지하철을 편하게 이용하고 그 결과 승용차 이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제 아침 출근길 한 가지 상황을 겪으면서부터입니다.

7월 19일 화요일 아침 8시 50분 경이었습니다. 9호선과 분당선이 만나는 선정릉역, 굉장히 깊은 지하철 역입니다. 지하 5층으로 분당선이 다니고 지하 4층으로 9호선이 다니며 여기서 내린 수많은 사람들이 지상으로 올라오려면 최소한 2~3개의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합니다. 계단은 사실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때문에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은 한번에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 앞으로 모여듭니다. 오늘 아침도 그랬습니다. 약 열 사람 들어가면 만원 표시등이 뜨기에 저는 그 많은 사람들 한 차로 보낸 다음에 타려고 여유롭게 뒤에 서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앞에 전동 휠체어를 탄 중년의 장애인 선생님이 계시지 뭡니까? 그 분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다가섰지만 이미 그 엘리베이터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상황, 저는 그 모습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애인, 노약자 우선 이용' 이라는 문구처럼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가장 큰 근거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때문이었고 이를 위해 수많은 장애인 선생님들이 몸을 던져가며 싸웠는데, 그런 엘리베이터에 정작 장애인은 타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먼저 타고 올라간다는 것은 좀...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엘리베이터에 타있는 분들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죄송한데, 여기 장애인 선생님이 계신데 먼저 타실 수 있게 배려를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저의 이 무례한(?) 한 마디를 들은 젋은 여성들 대 여섯분이 곧바로 반응하며 엘리베이터에서 하차하셨습니다. 다른 어르신들 몇 분도 휠체어가 탈 만큼의 공간을 확보해주려고 자신이 내리려고 하셨지만 누가 뭘 잘못 누른건지 일부러 누른건지 엘리베이터 문은 그 순간 스르륵 닫히며 올라가고 말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젊은 여성분들 몇 분만 엘리베이터를 못 탄 상황이 되었죠.....그 장애인 분께서는 저를 보고 웃으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여기 이용하는 젊은 분들한테 찍히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죠.

"아뇨, 그래도 말은 해야죠. 저는 엘리베이터 타는 젊은 분들 심정도 이해해요. 환승 몇 번 하면 정말 다리 아프거든요. 그래도...순서가 있잖아요. 그런 순서를 모르셨을 수도 있으니까 말은 해야죠."

다음 엘리베이터가 왔을 때 저는 그 장애인 분과 함께 타고 지상으로 올라왔고 장애인분은 저를 보며 좋은 하루 되시라고 인사를 하며 가셨습니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습니다.

1.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오더라도 나는 계속 말하리라, 엘리베이터의 우선권은 장애인 선생님들이라고.
2. 그러나 지금 상황을 세대 갈등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젊은 학생들과 직장인도 다리가 아프고 이렇게 깊은 지하철역일수록 엘리베이터에 대한 수요는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용객에 비해 엘리베이터 숫자나 규모가 적은 게 현실이다.
3. 생각해보면 선정릉역만 그런게 아니다. 3호선 대치역, 공부에 지친 학생들과 학부모 많은데 정말 계단 또 계단이다. 에스컬레이터도 없다. 반면 신분당선 광교역처럼 엘리베이터 이용률이 떨어지는 역도 있다. 지하철 역 전수조사를 해서, 정말 엘리베이터 증설이 꼭 필요한 역의 우선순위별로 과감하게 증설을 하면 어떨까?
4. 지금까지 지하철 엘리베이터 증설의 제 1 논거는 장애인 이용권 보장이나 교통약자의 복지 차원이었지만 요즘 시대적 특성을 반영한 보편적 복지, 유니버설 디자인을 고려한다면 '탄소 중립을 위한 철도 교통 강화' 차원에서 지하철 편의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과 예산 투입을 요구하는 것은 어떨까,

이랬습니다. 아무튼 승용차 출퇴근을 버리고 지하철 뚜벅이 생활 만 3년만에 가장 큰 변화는 체중감량입니다. 무려 7-8킬로그램이 빠졌어요. 처음에는 당뇨가 왔나, 겁이 나서 병원가서 혈당검사를 받아보니 아주 건강하다는 의사 선생님 소견을 들었죠. 최근에 만난 방송사 국장님은 저보다 한 번 더 환승을 하는 고강도 뚜벅이셨는데, 그 분 역시 뱃살 하나 없이 날씬하시더군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속 걷고 또 걸을 수 있는 지하철, 탄소중립을 위한 철도교통의 강화를 위한 시험지로서 작금의 지하철 이동권 논란을 승화시켜보면 어떨까요?

[구독자 답장1] 요세미티 산불 숲 가꾸기 대응에 대해

지난 레터에서 최근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덮친 최악의 산불 속에서도 산에 널려있는 불쏘시개들을 미리미리 제거하는 '숲가꾸기'로 거인 나무들을 지켜낸 사례를 소개해드렸습니다.

내용 다시 보기

이 내용을 보신 미국 거주 구독자께서 이런 답장을 보내오셨네요. 소개해드립니다.

"현재 미국의 산불 특히 캘리포니아 산불의 또 다른 원인이 바로 이거라고 합니다.
Tree Hug라고 불리는 나무 보호 사람들이 인위적 숲가꾸기를 거부하며 나무를 안고 '나를 죽이고 잘라'라고 한답니다. 불쏘시개만이 아니라 새로 자라는 작은 것들도 트림해줘야 기존의 나무도 잘 자라고 너무 다닥다닥 붙어서 큰 불이 날 것도 막는다고 합니다.
자기 딴에는 자연보호한다고 난리를 치고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는 집단까지 있어 손을 못댄다고 합니다. 불나면 지들은 모른척, 소방관 고생 정도가 아니라 생명의 위험을 무릎쓰고 주변 주택 다 타서 거지되는 데도. 계속 그러죠."

인위적 숲가꾸기를 거부하는 운동들...국내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본 듯합니다. 관련해서 숲가꾸기 전문가인 노윤석 녹색탄소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전화통화를 나눴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숲 가꾸기를 하지 않는데도 산불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인위적 숲 가꾸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있음 --->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면적은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대부분 습한 지대에 있어 산불 위험이 적음, 관리인력 상대적으로 많아 초기 진화 가능. 이러한 국립공원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일반화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

- 숲 가꾸기를 하면서 소나무 등 불에 잘 타는 수종으로 갱신하거나 잔 가지들을 바닥에 내려놓고 와서 산불 피해가 더 커지기 때문에 숲 가꾸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있음 ---> 이는 앞선 주장과 달리 일리가 있음. 잘못된 수종갱신은 분명 반성할 부분, 그러나 숲 가꾸기를 하고 왜 잔가지들을 그대로 산에 두고 올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현실에 대한 고민 필요, 임도(산림도로) 등 인프라가 부족해서 간벌 목재들을 밖으로 끌고나오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감. 적극적인 숲 가꾸기의 경제성이 떨어지는 현실. 이는 임도 등 산림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하는 과제를 말하는 것인데, 이러한 열악함이 오히려 숲을 가꾸면 안된다는 논리로 활용되고 있음.

- 이런 상황에서 미국 요세미티의 사례는 미국의 '국립공원'이면서도 선제적 숲가꾸기로 산불에 대처하는 현대 국립공원 관리자들의 대응방식을 말해주는 매우 좋은 사례임. 미국도 오바마와 트럼프 간의 숲 가꾸기 논쟁이 세게 붙으면서 실용적인 방식에 대한 고민이 진전되고 있음.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숲가꾸기로 간벌한 작은 나무들을 목재로 활용하여 집을 짓는 기술적 진보들이 연구되고 있음.

[구독자 답장2] 일타쌍피 태양광 국내외 사례에 대해

지난 주 레터에서 학교 방음벽 등 누이좋고 매부좋은 태양광 활용 사례들을 소개해드린 적 있습니다. 구독자 서용민 더 툴스 대표께서 이 글을 보고 후기를 남겨주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네요.

제도도 필요하고 의지도 중요하지만
아이디어도 필요한 분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가 생기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우리나라에 꼭 맞는 산업이라는 생각도..

음... 뭔가 재생에너지 아이디어 경진대회라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이럴 때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암튼 아이디어 보태봅니다.

전국의 야외 공중화장실을
태양광에너지와
지난번에 봤던 빗물 저장소 아이디어를 더하면
외부 에너지와 물공급이 전혀 필요없는
일종의 '독립 화장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예전에 폐교 통계를 찾아본 적 있는데

전국의 폐학교수는 3855개 중
매각폐교 2491개,
활용중인 폐교는 971개,
미활용 폐교는 393개

미활용 폐교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보는 것도 방법일듯.
잘 만들어보면
페교를 다시
재생에너지 학교로
재생시켜볼 수도...

"화장실이 학교다"라는 컨셉은 어떨지.
재생에너지가 왜 중요하고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학교로 생각하면
재정 투자가 아깝지 않을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