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이게 가짜뉴스였어?
명색이 피디경력 19년11개월에 매일 뉴스 스크랩하고 미디어 관련 책도 냈는데, 그런 제가 지난주에 가짜뉴스에 낚였더랬지 뭡니까ㅠㅠ
스토리는 이랬습니다. 대선 다음날인 3월10일, 조선일보는 윤 당선인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걸면서 앞으로 탈핵 백지화될거고 재생에너지 속도조절될거라는 기사를 씁니다. 그런데 같은 날, 독일정부는 이 전쟁통에서도 푸틴이 가스끊겠다다 위협함에도 남은 원전 3기의 가동을 연장하지 않고 올해 중단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리죠.
<오마이뉴스> 대문기사로 걸렸고 5천건 조회수에 댓글 수십개는 팽팽, 다음날 제게 이메일 편지가 옵니다. 매우 정중하고 전문적인 내용으로, 이렇게 지적하더군요.
"기자님, 독일은 전력수입국으로 원전대국 프랑스로부터 전기를 사서 씁니다."라고,
저는 이렇게 답신했죠. 미처 생각지 못한 점 지적주셔서 감사, 신중하겠습니다,라고
그리고는 더 배우려고 독일 최고의 싱크탱크 '아고라' 소속 한국연구원과 페친을 맺고 그 분의 페이스북을 구경하던 중, 이럴수가....이런 문구를 발견합니다.
"원전 없애고 재생에너지 늘리는 독일은 전력 순수출국(net-exporter)입니다. '원전 대국' 프랑스에도 더 많은 전력을 수출하고 있고요. 특히, 프랑스가 원전 확대하면서 전기 난방기기를 많이 보급한 탓에, 겨울철에는 '재생에너지 덕분에 도매요금이 저렴한' 독일전기를 항시 수입하고 있습니다."
(염광희 독일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선임연구원의 페북글, 2022.2.8)
독일이 오히려 프랑스에게 전기를 수출하는데, 수입하는거로 거꾸로 알았던겁니다. 그런데 저만 낚인건 아닌듯, 윤 당선인도 지난 TV 토론에서,
"유럽을 봐도 독일이 원전을 없앴다가 프랑스에서 (전력을) 수입하고 러시아에서 가스를 들여오고 그렇습니다.” (2022.2.3. TV토론)
가짜뉴스는 마치 오미크론 변종같습니다. 누구든 감염될 수 있고 잘 잡히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두가지, 국가중요시설인 공영방송이 가짜뉴스 진원지가 되지 않게 시민으로서 잘 지키는 것, 또 한가지는 정직하고 전문적인 대안매체들이 더 깊게 뿌리박고 서로 힘차게 연대하는 것...그런 대안매체들 중 <오늘의 기후>도 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확인하고, 공부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