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요정'의 꿈

유럽발 탄소국경세 / 좋소기업의 ESG

2022. 6. 9.

[오늘의 기후] 날씨요정의 꿈

서른다섯번째 레터예요. 6월10일 금요일

오늘의 기후

[인터뷰] 날씨요정의 꿈

<지난 일요일 홍대앞 플로깅 현장에서, 정주희 캐스터 인스타그램>

짧은 날씨를 '기상'이라고 하고 긴 날씨를 '기후'라 합니다. 그녀는 매일 아침 짧은 날씨를 전하는 기상캐스터로 7년을 살아왔고, 사람들은 그녀를 '날씨요정 정주희'라고 불렀습니다.

그런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았죠. 매사에 최선을 다해왔던 그녀는 육아도 일도 '프로'로서 손색이 없을만큼 잘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기상캐스터 일은...더이상의 기회가 없었습니다. 출산 후 복귀의사를 타진했을 때 방송국의 대답은 No...속상했죠. 지역에서부터 하나하나 쌓아가며 일해온 일터였기에 야속했고, 뉴스에서는 경력단절 여성들의 문제점을 보도하면서 왜 '엄마 기상캐스터'는 받아주지 않는지 의아했습니다.

"내 삶이 일회용품인가?"

그녀는 한번 쓰고 휙 던져 버리는 일회용품 용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우울감이 밀려왔고, 우울감을 쫒으려 틈틈히 책을 봤고, 기후변화 책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기상캐스터는 있는데 기후캐스터는 왜 없지? 구글검색을 해봤더니 정말 없었습니다. 국내에도 해외에도. 그래서 결심했다죠. 자신이 직접 기후캐스터가 되기로. 그리고는 지난 일요일 오후 아이의 손을 맞잡으며 저에게 이런 말을 건넸습니다.

"제 계획은 아이와 함께 기후위기를 막는거예요. 내 가치가 일회용이 아니듯 일회용품 쓰기부터 바로잡을 수 있는 실천을 저부터 해나가고 있습니다."

유일무이한 기후캐스터로 거듭나려하는 날씨요정 정주희, 그녀와의 인터뷰는 환경의 날인 6월5일 오후 홍대 앞 작은 카페에서 시작됐습니다.

오마이뉴스

[동향] 유럽연합의 '탄소장벽' 신설, 심상치않네요.

2035년부터 내연차 판매금지, 하이브리드도 조기 퇴출,

'탄소국경세' 심의시작....우리 정부는 우려 전달

(👇아래 기사 제목 누르면 링크연결됩니다)

유럽연합,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판매금지 확정

하이브리드도 조기퇴출..."예상보다 빠르네"

유럽연합 의회, 최초의 '탄소국경세' 논의 시작 (외신보도)

우리 정부 '탄소국경세' 논의 유럽연합에 우려 전달 (국내보도)

[기후소설] 좋소기업의 ESG

좋소기업 이 과장은 오늘도 빡친다. 개념없는 사장이 또 어디서 뭘 듣고와선 대책없이 던져놨기 때문이다. 계획도 비전도 없이 띡하고 제목만...

"ESG요?"
"응, 그게 요즘 글로벌 기업의 화두라네."
"아 예...(긁적긁적)"
"우리도 곧 잘 나갈 기업이니까 미리 미리 준비해둬야겠지."
"아예 그럼요. 예예"

이 과장은 영혼없이 굽신거리면서도 직감했다. 이렇게 하라는대로 다하다가는 일만 죽어라 하다가 진짜 죽는다는걸.

"저 사장님, 제가 좀 딸려서 그런데, ESG가 뭔 말인지...ERP하면 알겠는데 ESG하니까 멍한게 확 와닿는게 없어서..."

무지...난 하나도 모르니 니가 알아서 하라는 배째라 전략이었다. 이 말을 보통 사람이 하면 금방 간파당해 재떨이가 날아오지만 이 과장이 하면 달랐다. 특유의 맑고 순수한 얼굴, 상대방은 '정말 아무 생각없이 백지로구나' 하며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정사장은 달랐다.

"ESG가 뭐나면 말이지, 한마디로, 음....이 과장 이렇게 하자. 내가 여기서 좍 설명해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뭔가 탑다운 (위에서 내려 먹이기)이 되잖아. 자발성이 없어진다구. 그래서, 이 과장 이하 전직원이 ESG에 관해 찾아보고 우리 회사 ESG 전략 보고서를 제출하는걸로, 오케이?"
"아, 예, 음..."
"말이 좀 짧은 것 같다?"
"아뇨 보고를 다음주까지 할지 내일까지 할지 잠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이 과장은 내 스타일이야(흡족) 내일은 좀 그렇고 다음주까지 하는거로,"
"옙."
"그럼 난 이만"
"살펴가십쇼"

오늘도 90도 각도로 사장이 사라질때까지 고개를 숙인 이 과장은 사장이 확실히 갔음을 확인한 뒤 서류파일을 집어던졌다.

"아 식빵.."
"왜요? 꼰대가 또 사고쳤어요?"

매사에 심드렁한 이 대리가 위로멘트를 날렸다. 이 과장은 이 대리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털어놨다. ESG가 어쩌고 하길래 그런거 못한다고 디펜스치려다 장렬히 전사하며 덤텡이까지 쓰게 됐다고.

"언제까지 쓰래요?"
"다음주 월요.."
"아 식빵!"
"야 이 대리, 너까지 왜 그러냐"
"아니 바빠죽겠는데 (왁왁)"

그런식으로 좋소기업 사무실은 최말단 조충범까지 식빵을 외쳐대며 ESG에 대한 증오심으로 불타올랐는데...

다음날 아침이 되자 괴상한 반전이 일어났다. 반전의 시작은 늘 최말단 조충범이었다. 조충범은 회의시간에 화두를 던졌다. ESG를 열심히 해보는게 어떠냐고.

"야 조충범, 너 미쳤지?"
"혹시 어젯밤에 사장님 만난거 아녀?"
"일이 없어 심심하지? 내 일 좀 떼줄께.."

당황한 충범은 그게 아니라며 한 편의 동영상을 틀었다. 딱 5분짜리 영상이니 때려죽이든 말든 이거나 보고 하시라며...모두들 충범이 클릭한 의문의 동영상을 주목했다.

'스파게티 기업이 ESG 열심인 이유'

이탈리아의 스파게티 기업 '바릴라'의 이야기였다. 이 대리가 침을 꼴깍 삼켰다.

"바릴라, 나 저거 먹어봤는데"
"나도 들어본거는 같다"

그럴수밖에...전 세계 파스타 시장의 30%를 점하는 기업이니...그런 기업의 회장이 이탈리아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이런 질문이 나왔다.

"동성간의 결혼도 가족으로 인정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뜨겁습니다. 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회장은 '글쎄요' 하고 허허 웃으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우리가 가족을 생각한다면 보통 남자 아빠 1명에 여자 엄마 1명, 그리고 귀여운 아이들을 떠올리잖습니까? 그런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즐겁게 먹는게 저희 스파게티겠죠. 동성애자들이 우리 파스타와 문화를 좋아한다면 우리 파스타를 먹을 것이고 아니라면 다른 상표의 파스타를 드실테죠. 허허허"

이 한마디가 기업을 폭망의 위기에 빠뜨렸다. 동성애자 권리단체들은 즉시 이 발언을 모욕적 차별발언으로 규정짓고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동성애와 무관한 중간층도 이 논란을 보며 '이 회사는 어딘지 사고방식이 구식같아'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더구나 경쟁업체들은 때는 이때라면서 자신들은 전통적 가정이든 새로운 가족형태이든 구애받지 않고 모두에게 열린 기업임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매출하락, 호감도 하락, 시장점유율 하락'

최대 위기에 직면한 바릴라는 뒤늦게 회장이 사과하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엎어진 물은 수습되지 않았다. 전 직원이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간부들은 열심히 동성애 권리단체들을 찾아다녔지만 문전박대....급기야 바릴라 직원들이 손에 무지개 팔찌를 차고 손을 흔들며 카메라 앞에서 외쳤다.

"저희는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않는 기업입니다~"

이 대목에서 영상을 보던 이 대리의 눈빛이 빛났다. 그녀가 혼잣말 하듯 충범을 보며 말했다.

"ESG 안하면 저 꼴 난다는 거지? 사장 꼰대 한 명의 무개념 발언 하나때문에 전직원이 무지개 팔찌 차고 저렇게..."

충범이 이 대리 옆에 다가가서 가만히 속삭였다.

"우리 꼰대는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을걸요."

이 과장의 태도도 바뀌었다. 간부들이 무슨 죄인가, 문적박대 당하고, 더 심하면 감원에 구조조정에...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우리 이 참에 ESG 경영이라는 거에 대해 공부 좀 해보고 정책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특히 회식 술자리나 성희롱 발언이나 등등등"
"좋습니다~"

갑자기 회의 분위기가 바뀌었고 조충범은 희대의 역적에서 충신으로 거듭났다.
다음 주 좋소기업은 사장 배석 전체 회의를 통해 업계 최초로 ESG 경영을 선언하고 나섰다.

'E, 우리는 지구환경을 위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S, 우리는 다양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위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G, 우리는 열린 마음의 공정한 조직이 되도록 늘 스스로를 돌아본다.'

그 후 회식 자리는 깔끔하게 1차로 정리됐고 아슬아슬한 발언도 없어졌다.

"사장님 저기 ESG..."
"아 참참..."

ESG는 위로부터 시작됐지만 실은 아랫것들을 위한 문화라는 것을 충범은 깨닫기 시작했다.

* ESG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첫 글자로, 지속가능한 기업경영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요소입니다. 스파게티 기업 '바릴라' 사건은 실제사건(바릴라 회장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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