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의 편지 "ESG를 쉬운 우리 말로"

뎅기열 / 자연자본 / 산림탄소상쇄 등

2022. 6. 12.

[오늘의 기후] 구독자의 편지 "ESG를 쉬운 우리말로"

서른여섯번째 레터예요. 6월13일 월요일

오늘의 기후

[구독자의 편지] 'ESG'를 쉬운 우리 말로

지난 호에서 ESG 관련 기후소설 '좋소기업의 ESG'를 띄워드렸습니다. (소설보기)

그걸 보고 한 구독자께서 답장을 보내셨습니다. 한글문화연대의 김명진 부대표님의 편지였는데요, 공감가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내용을 공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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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보내주시는 오늘의 기후 잘 보고 있습니다.

이번 소식지에 실린 기후 소설 내용을 보다가 한 가지 같이 나누면 좋을 것 같아 편지를 드립니다. 저희는 공공언어에서 쉬운 말 사용 운동을 주요하게 벌이고 있는 단체입니다.

오늘 읽은 기후 소설에서 나온 ESG 경영 이야기를 읽다가 아무래도 저희가 벌이는 운동에서 ESG 경영을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할까 고민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일반 기업이나 일반 국민이 사적으로 사용하는 말에서는 저희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정부나 공공기관, 언론에서 사용하는 용어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방해하는 어려운 말 특히 외국어를 사용하지 말고 우리말을 사용하자는 취지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도 전문가가 아니면서도 ESG와 ESG 경영에 관해 고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ESG 경영을 새말모임을 통해 '환경·사회·투명 경영'으로 쓰자고 제안하기도 했지요.

함께 동참하기 위해서는 쉬운 말로 서로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그외 기후나 환경에 관한 여러 낱말에서도 이런 용어들이 있긴 합니다. 간혹 기회가 된다면 이런 내용에 관해서도 함께 다루어 보시면 어떨까 싶고, 또 쉬운 말을 같이 소개해 주신다면 좋지 않을까 하여 이렇게 편지를 보내봅니다. 고맙습니다.

김명진

한글문화연대

또, 같이 읽어볼 만한 글을 같이 보냅니다.

강민정 한림대 교수의 글

[보좌관의 편지] K 박사님께,

K 박사님, 잘 지내고 계시죠? 덕분에 저도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며칠전 겪은 사소한 경험을 통해 느낀 바 있어 이렇게 몇 자 적어봅니다.

흔히 기후변화라고 하면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을 떠올립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런 극한 상황보다 더 무서운 것은 '불확실한 일상의 공포'가 아닌가 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거죠. 분명히 이 맘 때 와인에 쓸 포도가 익어가야 하는데 너무 일찍 익거나 아예 익지 않는 겁니다. 해마다 산불이 나서 한 해 농사를 망쳐버립니다. 이런 일이 거듭되다보면 결국 농사를 접습니다. 한 때 세계 와인 시장의 맹주로 떠오르던 캘리포니아 나파밸리가 그러하다 합니다. 유럽은 건재한가, 그렇지도 않은 듯 합니다. 불확실성이 산업(생업)에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전 국민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스크를 쓰고 다니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저는 경영을 해본 적이 없지만 기업하는 분들이 늘상 입에 달고 다니는 용어 정도는 압니다. 예측 가능성, 그리고 방향성. 그게 흔들리는 순간 투자 받기 힘들어지고 시장은 왜곡된다고 합니다. 세상은 점점 더 그런 불확실성의 늪으로 향하고 있고 그 중심에 기후변화가 있는 것은 아닌지...

며칠 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는데 도어락이 고장나서 못들어간겁니다.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진거죠. 집 안에 아무도 없었고..비밀번호를 누르는 기판 한 줄이 먹지 않아서 벌어진 일입니다. 부랴부랴 전문가를 모셔서 고쳤더니 9만5천원이라 하시더군요. 꺄악....저의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본 그 분은 즉시 7만5천원으로 깎아주시더군요. 그래도 온 몸이 후덜덜...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초래한 엄청난 비용에 대한 공포였습니다.

다음날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점심약속을 하고 마포역에서 내렸는데, 4번 출구로 나와서 500미터 가량 걸어가야하는데 반대편인 3번 출구로 잘못 나가 500미터 가량을 간 겁니다. 반대편으로 갔으니 계속 엉뚱한 건물들만 나왔죠. 약속시간에는 이미 늦었고, 물어봐도 아는 이 없고...방향감각의 상실...순간 다리 힘이 풀리며 주저앉고 싶더군요. 나중에 제가 반대편으로 왔음을 깨닫고 제대로 좌표를 찍은 뒤에야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저절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기후위기가 더 심해지면 나같은 '길치'부터 먼저 멸종되겠구나."

정말로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불확실성의 증가와 방향감각의 상실. 기후위기의 피해는 약자들부터 시작된다는데 제가 바로 그 약자였던 겁니다. 심각... 저는 정말 열심히 기후위기에 대응해야겠습니다.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