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고기는 숲 파괴와 관련돼 수입을 금지함

유럽연합의 산림파괴 수입제한 조치 해설

2022. 12. 12.

'이 고기는 숲을 파괴하고 만든거라서 수입을 금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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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기와 커피는 숲을 파괴하고 만든 거라서 수입을 금지함!

유럽에서는 앞으로 이런 문구를 자주 보게 될것같습니다. 지난 6일 유럽연합 이사회와 유럽의회가 산림 파괴(Deforestation, 산림훼손)와 관련된 농산물과 가공품의 수입과 유통을 금지하는 규정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밝혔습니다.

규제 대상 품목은 산림을 훼손하고 조성된 농지에서 나오는 콩, 소고기, 팜유, 코코아, 커피 등 주요 농산물과 목재와 고무 같은 원자재, 가죽, 초콜릿, 가구 같은 2차 가공품들로, 산림 훼손과 관련된 전세계 첫 수입 금지 조처에 해당됩니다.

규정이 제정되면 2020년 12월말 이후 새로 산림을 파괴하고 조성된 땅에서 생산된 농산물, 원자재, 가공품은 수입 금지 대상이 됩니다. 유럽의 수입·유통 업체들은 자사 제품이 2020년 12월말 이후 산림파괴와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유럽연합에서 물건을 팔 수 있는데 규정을 위반한 업체에는 유럽연합 내 총 매출액의 4%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됩니다. (유예기간은 법 시행 이후 18개월, 중소기업에는 추가로 6개월 더)

비록 원산국에서 합법적인 벌목에 의한 개간으로 인정하더라도 유럽연합에는 수출할 수 없습니다. 합법 불법 여부를 막론하고 산림파괴(훼손)과 관련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만 수입이 허용됩니다. 이처럼 강력한 규제의 배경으로는 아마존 숲 파괴 등 산림파괴에 대한 유럽인들의 광범위한 반대여론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시장조사기관 글로브스캔이 2022년 7월 유럽연합 9개국 9천명에 대한 소비자 조사결과 응답자의 82%는 산림파괴 고위험 상품 판매금지에 동의했고, 7%는 산림파괴를 불러일으키는 상품에 반대하는 행동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했습니다. 까르푸 등 유럽의 주요 마트에서는 아마존 산림파괴와 연관된 소고기 품목을 판매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숲은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합니다. 이런 숲을 파괴하는 것은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요, UN은 1990년 이후 4억 2천만 헥타르(10억 에이커)의 숲이 손실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농업이 그 주된 원인입니다. 축산 사료용 콩을 재배하려고 또는 커피농장을 위해 나무를 베고 숲을 밀어버리고 대규모 농지를 조성하는 겁니다. 100명 이상의 각국 지도자들이 지난 2020년 COP26 정상 회담에서 '2030년까지 삼림 훼손을 끝내고 숲을 복원할 것'을 약속했지만 아마존 숲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훼손되어 왔습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대표적인 열대우림 산림파괴 사례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콩고, 볼리비아로 지난 2002년부터 20년간 브라질에서는 262만 헥타르의 아마존 숲이, 인접한 볼리비아에서는 30만 헥타르의 아마존 숲이 파괴되었습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열대우림 지대를 가진 콩고 민주 공화국에서는 광업과 소규모 농업용으로, 인도네시아에서는 팜유 농장 개간을 위해 숲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럽연합은 겉으로는 산림파괴에 반대하면서 속으로는 미국과 함께 산림파괴 관련상품을 수입하는 최대 수입국으로 겉다르고 속다르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유럽연합의 조처로 산림파괴 상품에 대한 무역장벽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입니다. 수입금지 품목을 산림 뿐 아니라 초원지대 파괴로 확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에 수출하지 못하는 산림파괴 상품들이 우리나라처럼 규제가 약한 나라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기후솔루션>의 송한새 연구원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관련 규제를 정비해야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도 규제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규제가 강화된 유럽 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수출을 못 하게 될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엔 산림 파괴와 인권 침해와 연관된 기준 미달의 제품들이 대거 유통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드시고 계신 소고기와 커피는 산림파괴와 관련된 겁니까? 이제 우리도 이런 질문을 주고 받을 때입니다.

<참고자료>

- <Deforestation: Which countries are still cutting down trees?> (BBC 온라인, 2021년 11월19일)
- Jane Byrne, <Poll: Deforestation tops environmental agenda for EU consumers> (Feed navigator.com, 2022년 9월6일)
- <韓환경규제 EU만큼 높이지 않으면 산림파괴 거친 물건만 사게 될수도> (헤럴드경제, 2022년 11월22일)
- Nadine Yousif, <Canada: Ambassador tells EU that deforestation rules 'burdensome'> (BBC 온라인, 2022년 12월2일)
- 신기섭, <EU “산림 짓이겨 키운 농산물 안 사요”…온실가스 감축 새바람> (한겨레, 2022년 12월7일)